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이 부분만은 확실히 하고 가야한다.

실질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펀드는 이러한 실적배당 상품)라면 결국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어떤 투자적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개인적 VaR를 고려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서두로 시작하는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경제적/금융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쌍방의 과실이 모두 있다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무지(ignorance)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주가 하락하면서 손실나고 있어서 맘고생이 심한데, 그걸 운용하는 회사(운용사, 자문사 등), 판매하는 회사(증권사, 은행 등)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작년말 최고점 대비 지수는 30% 넘게 하락하고 그에 발맞추어 펀드들 또한 3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판을 운영하는 금융사들은 어떤 포지션 하에 있을까.. 순진하게 생각하기에는 시장이 이렇게 하락하고 증시가 불황이니깐 금융사들도 고객들과 마음을 같이 하는 포지션 이겠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올해 상반기에 은행과 증권사들이 펀드를 팔아 벌어들인 수수료는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중 2/3 수준인 8,000억원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외 다른 통계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펀드 판매 금융사들이 2005년~2007년까지 3년 동안 벌어들인 펀드 판매수수료 수익은 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는 운용사들의 운용보수는 2008회계연도 1ㆍ4분기(4~6월) 동안 3,84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3%나 급증했다. 순이익도 1,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나 늘어났다. 펀드가입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돈을 잃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듯 운용사와 판매사는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는 운용보수, 판매수수료 등이 펀드 수익률과 상관없이 총평가자산 대비로 꾸준히 일할계산되어 금융사 수익으로 잡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움직임하고 상관없이(물론, 펀드를 환매하거나, 지수 등락으로 인해 변화되는 총설정 자산 규모 수준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펀드가 환매되기 전까지, 운용되는 한 지속적으로 이익이 나는 구조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 계좌수는 1551만개로 집계되고 있고, 일반 주식형 펀드 계좌수는  6월 말 집계 1천8백만 개에 달하고 있는 등(정확한 통계는 안 나오지만, 적립식 펀드와 주식형 펀드 계좌수 간 상당비율 중복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보임)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대부분이 펀드를 1개 이상씩은 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파 주변만 봐도 평균적으로 3개 이상씩 펀드에 가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민 대부분은 이러한 구조, 즉, 펀드 내 들어가 있는 자기 자산이 손실이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은행, 운용사에 수수료로 매일매일 보수가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고수익을 목표로 펀드에 가입하였으니, 손실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는 것인가?

누파가 얘기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고객의 손실의 보전하라고 얘기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실적 상품(가입 고객의 책임 하에 운용되며 원금 보전이 되지 않는 상품)에 투자되어 있기 때문에 손실나는 것을 무조건 금융사에서 물어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물어내라는 얘기면, 만약 실제 제도가 그렇게 정착된다면, 리스크를 다 떠 안을 수 밖에 없는 운용사 나 판매사를 하겠다는 금융사들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금융후진국으로 뒷걸음질 치게 되는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들이 손실이 지나치게 많아질 때는 가입수준(손실률에 따라)에 따라 수수료를 낮추거나, 법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역이나 판매하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연동시켜, (-) 수익률이 날 경우, 그러한 인센티브의 일부을 환수(환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인센티브의 일부를 적립시켜 놓는 제도와 금융사 내부 규정 수립이 우선해야 할 것)하는 등의 고객과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모습이 필요함을 누파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키는 논의였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고객의 자산 손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고 정말 책임감 있는 펀드판매, 펀드운용이 정착될 수 있는 제도적인 보강이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펀드 관계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수가 오르면 펀드가 많이 팔리고 운용되니, 인센티브 많이 나와서 좋고, 지수 빠져도 일단 내돈이 아니고, 고객들은 손실 때문에 가입한 돈을 쉽게 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년 계약된 수수료율로 보수를 받아서 실제 큰 위협은 없는 무책임한 구조 하에서는 "돈"에 관련된 산업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말한다는 것은 어쩜 우스운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는 펀드에 가입되어 있는 고객들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 현재 시스템에 대한 이해, 즉 펀드 가입 전에는 펀드 가입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일할로 매일  지불되고 있는 수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실제 가입 후 손실이 나고 있을 경우 이를 감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내 자산"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분별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에서는 그러한 체계적인 이해보다는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의 펀드가입 권유와 손실보다는 이익에 대한 상대적 매력 선호도가 큰 인간 심리를 놓고 볼 때, 보다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금융사들의 심도 깊은 반성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짧게 말한 것처럼 금융사 스스로가 수수료를 줄이든, 가입 고객에게 환급을 하든(고객에게 환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측면이지만...) 자신들이 취하는 이익분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향후 누파는 이 섹터를 통해 지속적인 비판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 회원 여러분들의 따끔한 충고도 각오할 터이니,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